여러 재미있고 주목할만한 관측과 이론들이 나오면서 이들을 빅뱅을 부정하는 증거로 보고 싶어하는 창조주의자들이 글이 곧잘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오래전 부터 항상 있어왔던 일이지요.

그중에 작년(2014년 12월)에 나온 빅뱅에 대한 양자역학적 해석(Cosmology from quantum potential) 역시 창조과학소설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어서 잠시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이미 이 논문과 창조주의자들의 소설에 대한 좋은 (영문)글이 있어서, 이 글에 대한 요약에 제 의견을 섞어서 소개해볼까합니다.


최근 Physical Letter B에 실린 논문을 소개하며 빅뱅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주장과 기사들이 있지만 실제 논문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빅뱅은 최초의 점(Singularity)로부터 폭발한 것으로 표현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빅뱅 모델은 간단히 초기 우주가 초고온 초고밀도였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심지어 창조과학회의 빅뱅에 대한 설명도 그렇습니다.) 빅뱅 모델은 우주의 팽창, CMB, 원소 생성등을 잘 예측하고 관측사실과도 아주 잘 맞는다. 빅뱅은 부정되기 힘든 확고한 과학이론이고, 새로운 논문도 이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빅뱅에 대해 질문거리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빅뱅모델은 과거로 충분히 돌아갔을때 모든 우주가 극한의 밀도를 가진 점(Singularity) 로 집중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싱귤러리티는 우주의 시간의 시작이다. 알다시피 싱귤러리티라는 항상 문제가 되고 논쟁을 이끈다. 이것이 이 논문이 논란이된 배경이다.

( 빅뱅은 고온 고밀도 초기우주로 부터의 팽창 모델이고, 이 모델의 가장 간단한 해(에를 들어 프리드만 방정식의 해)는 싱귤러리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이유로 이 싱귤러리티를 포함하여 빅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전자가 일반적인 빅뱅이라면 후자는 좁은 의미의 빅뱅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 부터 싱귤러리티에 접근하면(Planck Era) 상대성 이론이 잘 적용되지 않고, 더욱이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극히 좁은 영역에서는 양자역학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고려가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과학자들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동시에 아우르는 이론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이 극히 작은 영역은 아직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빅뱅에는 뱅이 없다”라는 유명한 말도 생겼죠.)

이 논문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한 고전적인 Raychaudhuri 방정식에 약간의 양자역학적 보정을 추가하여 싱귤러리티가 없는 빅뱅 모델을 제시한다. 이 양자역학적인 보정을 Semi-classical 하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완전한 양자 중력 모델은 아니다( 아직 그런거 없다).

( 논문의 저자는 방정식의 항인 두 점사이의 거리를 양자역학적인 형태로 바꾸었는데, 이런 Semi-classical한 방법은 완전한 이론이 없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하고, 꽤 효과가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방법이나, 해석, 계산에 따라서 잘못된 결과가 나오기 쉽고 검증도 어려워서 매우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하는 방법입니다. 작년에 블랙홀이 존재할 수 없다는 논문이 나왔다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이 모델은 아직 초기 상태이지만, 이러한 접근 방법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 첫번째 결과다. 논문에 따르면, 이 모델은 싱귤러리티를 없애고 대신, 우주가 시작이 없고 영원이 존재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사들은 “싱귤러리티가 없는 것” 과 “빅뱅이 없는 것”을 혼동했다.

( 앞서 말한 것 처럼, 빅뱅이 없다고 해도 완전히 틀린말은 아닙니다만, 여기서 빅뱅은 일반적인 의미의 빅뱅이 아닌거죠. 결국 틀린 것이나 다름없는 얘기입니다.)

이 모델은 매우 흥미롭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싱귤러리티를 영원한 우주로 대치하는 이론이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인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인플레이션 모델이 비슷한 예측을 한다. 하지만 이중 어떤 모델도 과학적 사실로 인정된 빅뱅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요약하자면, 이 논문은 빅뱅이 하나의 점에서 시작하는 대신에, 끝을 알수 없는 시간동안 팽창하여서 고온, 고밀도의 초기우주가 되었다는 이론이고, 그 이후에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은 표준 우주 모델을 따른 빅뱅이 적용되는 겁니다.

영원한 시간동안 팽창하여서 작은 초기우주를 만드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분들은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해 블랙홀에 빨려들어갈때 시간의 변화를 상상해보시면 감이 올겁니다.